GMAT 수기 (Q: 50, V: 44, Total: 770)

2019.6.29일자 시험에서 실력에 비해 과분한 성적을 받게 되어 다음과 같이 GMAT 수기를 남깁니다. 특별한 팁이랄 게 없을 수도 있지만, 제가 다른 분들의 수기를 읽으며 도움을 받았듯 향후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 배경

  저는 2018년부터 국내대학 경영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며, GMAT을 공부한 지난 3개월 동안은 기말고사 기간(5.10~5.25일, 약 2주)을 제외하고 풀타임으로 GMAT 공부에 집중하였습니다. 해외 거주경험은 없으며, 영어를 아주 못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peer 그룹에 비해 영어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또한 없습니다(TOEFL은 쳐본 적이 없고, TOEIC은 취직하던 당시 970점이었습니다).

  저는 GMAT 시험을 MBA 진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박사 유학을 위해 응시하였습니다. 석사 입학 전 2017년 9~12월까지 채정욱 선생님의 인터넷강의 중 SC파트를 수강하였으며, 이후 약 1년 반 동안은 박사 유학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 GMAT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4월 1일부터 박사 유학을 확실히 결심하고 GMAT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후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9.4. 1 : GMAT 공부 시작

- 2019.5. 4 : 첫 번째 시험 응시 (Q: 50, V: 29, IR: 8, AWA: 5, Total: 660, 야채쌤 교재 공부)

- 2019.6.12 : 두 번째 시험 응시 (Q: 50, V: 33, IR: 8, AWA: 4, Total: 690, OG 공부)

- 2019.6.29 : 세 번째 시험 응시 (Q: 50, V: 44, IR: 8, AWA: ?, Total: 770, OG Verbal Review, 1000제 공부)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시험을 응시하였던 것은 국내박사 진학과 해외유학 중 어떤 선택을 할지를 7월 전까지 결정해야 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단기간에 여러 차례 응시한 덕분에 시험과 시험장 분위기 등에 대한 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준비과정

(1) 단어

  저는 TOEFL을 준비해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보다 단어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채정욱 선생님께서도 단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기에 저 또한 토플 단어장 한 권을 완벽히 마스터하는 것을 목표로 암기하였습니다. 준비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소 특이한 방식을 생각해내서 단어를 외웠었는데 의외로 효과가 아주 괜찮았던 것 같아서 방법을 다음과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책 한 권(「TOEFL 필수영단어 5000」 (FLU컨텐츠, 반석))을 선정하여 모르는 단어 및 애매하게 알고 있던 단어를 추리고 나니 외워야할 단어가 약 2,500개로 추려졌습니다. 이 단어들을 250개씩 10회분으로 쪼개어 핸드폰 녹음기로 녹음하였습니다(sementics-의미론, revere-존경하다.... 이런식). 하나당 약 12분정도 되는 녹음파일을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지하철 이동중, 학원 쉬는시간 등 틈나는 대로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1회분을 들을 때 4번 정도 반복해서 들었는데 처음에는 1.25배속, 2번째는 1.5배속, 3번째는 1.75배속, 4번째는 2배속으로 듣고 나면 대략 단어들이 다 외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1회분씩 들어서 30일 동안 세 바퀴를 돌리고 나니, 모르거나 헷갈리는 단어가 약 200개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단어들만 또 따로 정리하여 암기하는 방식으로 단어장 한 권을 마스터 할 수 있었습니다.*

* 참고로 단어를 외울 때에는 단어장에 있는 것이라면, 이런 단어까지 외워야하나 싶은 단어들까지도 세세히 다 암기하였습니다(gable(박공벽), groin(궁륭을 만들다) 등).

(2) SC

  SC는 이미 2017년에 인터넷강의를 수강한 경험이 있었고 SC이론노트도 70% 가량 완성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올 해 4월에 인터넷강의를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서 SC이론노트에 빠진 내용을 다시 정리하였고, SC 노트에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신 예문까지 완벽하게 외우려고 반복해서 숙달하였습니다. 첫 번째 시험까지는 야채쌤의 교재와 SC이론노트만 반복해서 공부하였고, 야채쌤 교재만큼은 새로 풀어도 정답을 모두 맞출 수 있고, 각 보기별로 오답사유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상태에서 시험을 쳤습니다.

  그 후 두 번째 시험을 보기 전까지도 야채쌤 교재와 SC이론노트를 반복해서 공부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두 번째 시험을 볼 때에는 OG를 공부하였는데, 채정욱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제가 수행한 OG 공부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당 1분 30초의 시간을 두고 풀기 (답은 교재가 아닌 다른 곳에 따로 체크)

2. 답을 맞추지 않은 채 시간 제한 없이 다시 풀기 (답을 바꾼 문제가 있다면 처음 풀 때 어떤 포인트를 놓쳤었는지 적어두기)

3. 답을 맞추고 틀린문제 체크하기

4. 틀린 문제 (답 모른채) 다시 풀기

5. 틀린 문제 OG 해설 보면서 공부하기

6. 모든 문제 gmat club에 검색해서 해설 읽어보기*

* 구글링을 해보면 놀랍게도 OG의 모든 문제가 gmat club에 등록되어 있고, 현지 학원강사로 추정되는 분들의 답변도 달려있었습니다(문제별로 처음 제시된 지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고 각 보기 (A)~(E) 별로 어떤 포인트가 '확실히 오답'인지, '애매'한지, '우월'한지 등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해준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문제를 푸는 흐름을 저 또한 최대한 모방해보려고 노력하였고, 그 과정에서 오답을 식별해내는 좋은 팁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설명에서 채정욱 선생님의 논리와 상충되는 부분(비교파트 등)이 간혹 있었는데, 그 경우 채정욱 선생님의 논리를 따르고자 하였습니다.

  두 번째 시험의 ESR 리포트에서 SC가 백분위로 91%가 뜬걸 보고서 옳은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느꼈고, 세 번째 시험을 보기 전까지 OG Verbal Review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즉, SC는 총 세 권(야채쌤 교재, OG, OG Verbal Review)의 자료를 가지고 공부하였습니다.

(3) RC 및 CR

  RC 및 CR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 문제를 풀어봤을 때 정답률이 나쁘지 않았어서 SC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여겼던 파트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의외로 고생을 많이 하였던 파트이기도 합니다. SC와 마찬가지로 첫 시험에서는 야채쌤 교재만으로 공부하였고, 두 번째 시험에선 OG를 여러 번 풀어본 후 응시하였는데, 두 번째 시험의 ESR 리포트를 뽑아보니 CR을 정확히 50%만 맞추었다는 걸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공부시간을 주로 RC 및 CR에 배분하여 OG Verbal Review, 1000제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RC는 1000제의 약 40개 지문을 풀어보았습니다. 구글에서 RC 1000제의 지문 첫 문장을 복사&붙여넣기 해서 검색하면 gmat club에서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포스팅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화면에 맞춰서 문제를 풀었는데, 시간은 지문 읽는데 4~5분, 문제당 1분으로 스스로 정해놓고 가능한 그 시간 내에 풀고자 노력했습니다.

  문제를 푼 후, 틀린 문제는 gmat club의 답글 형식으로 달린 풀이를 참고하여 리뷰하였고, 그 후에 크랙킹을 하고 한 번 더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크랙킹은 따로 노트로 정리하면서 하진 않았지만 (1) 한 문장을 해석할 때마다 그 문장의 역할을 규명하기, (2) 특이사항(시제, 강조, 연결어구 등..)이 있는지 살펴보기, (3) 한 문단을 읽은 후 그 역할을 규명하기, (4) 전체 passage를 읽은 후 primary purpose에 대해 생각해보기 등을 하였습니다.* 지문별로 모르는 단어, 구문 등을 포스트잇으로 정리하고, 밤늦게 집에 와서 포스트잇의 내용들을 노트로 옮겨 적으면서 암기하고자 하였습니다. CR 또한 RC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공부하였으며, 문제는 1000제중 100문제 가량을 풀어보았습니다.

* RC지문을 통째로 파파고에 붙여넣은 다음에 크랙킹을 하였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크랙킹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물론 한글해석은 우선적으로 본인이 직접 해석한 후 체크 용도로만 활용하여야 하며, 해석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아주 많기에 그 점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실제시험에서 RC 지문이 좌우로 나뉘어져있는 화면에도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그 외 팁들

- 저는 prep을 남들보다 많이 풀어본 것 같습니다. official prep은 물론이고, manhattan prep과 veritas prep을 모두 풀어보았습니다. 특히 official prep보다 사설 prep들을 풀면서 제 실력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SC이론노트는 시험 전날까지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OG 문제를 풀고 나서 SC이론노트를 다시 보면 노트가 새롭게 보이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 재영작은 첫 시험 이후로 OG와 OG Verbal Review를 공부하면서, 책에 있는 SC, CR 문장들 중 매끄러운 해석이 어려웠던 것 위주로 실시하였습니다. 두 책을 공부하면서 노트에다가 한글해석을 적어두고 3~4일 후에 그 한글해석만을 보고 다시 영어로 재영작을 하였습니다 (약 50문장). 제가 해석하면서 놓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방법중에 하나였습니다.

- 두 번째 시험 이후로 왼손 손가락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이 방법은 주로 RC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화면을 보며 문제를 풀다보니, 보기 (A)를 오답이라고 제껴놓고서도 보기 (E)까지 확실한 답을 못 찾았을 때 다시 보기 (A)부터 하나씩 읽게 되면서 시간을 소모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확실한 오답을 엄지(보기 (A))부터 새끼손가락(보기 (E))까지 접어가면서 제낌으로써 확실한 오답으로 판단한 것엔 다시 눈이 가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하였는데,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답률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저는 시험장에서 시간을 끄고 문제를 풀 때 오히려 답답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켜둔 채로 문제를 풀었는데, prep을 워낙 여러 번 풀어본 탓에 시간압박으로 인해 긴장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세 번째 시험에서 18번을 풀 때 시간이 약 40분 정도 남아서 괜찮은 페이스로 가고 있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여유를 가지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 개인적으로 Quant 후기가 없을 때는 Verbal - Quant - IR/AWA 순으로 시험을 보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저는 세 번의 시험 모두 후기를 탈 수 없는 날로 시험날짜를 잡는 바람에 Quant 후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시험까지는 남들을 따라서 Quant - Verbal - IR/AWA 순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 다 Quant에서 시간이 부족했고, Quant 시간에 서두르다 보니 Verbal 파트를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손이 떨리는 상태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에 세 번째 시험에서는 Verbal - Quant - IR/AWA 순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저한텐 개인적으로 훨씬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물론 후기를 볼 수 있다면 시험 순서를 Quant - Verbal - IR/AWA 순으로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 분들의 수기에서 이미 강조하셨지만, GMAT은 다양한 소스의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보다 양질의 문제를 여러 번 풀면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시험인 것 같습니다. 전술하였다시피 저는 야채쌤 교재, OG, OG Verbal Review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고, 막판에서야 RC 및 CR에 한해 1000제를 활용하였습니다. GWD, PT, Kaplan(?) 등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 시험이 끝난 후 ESR 리포트를 뽑아보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어떤 영역에서 강점이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다음 시험에서 발전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서 SC를 거의 다 맞춘 반면 RC 및 CR 성적이 형편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세 번째 시험 전에 RC 및 CR을 위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 공부 방법 등에서 애매하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채정욱 선생님께 지체 없이 카톡을 드렸습니다. 이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시는 길을 최대한 따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 과일장수님 등 성공적으로 GMAT 시험을 끝마치신 분들의 수기도 여러 차례 읽어보며 제 공부방법이 적절한지 고민해보았습니다.

3. 마무리하며

  지난주에 성적을 받고서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단기간에 고득점을 받은 것이 저 또한 많이 의아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석사과정을 진행하면서 일 년 반 동안 총 세 편의 논문을 작성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저명한 저널에 퍼블리쉬된 영문논문들만 약 60여편을 정독하였습니다(발췌독까지 포함시 약 300편의 논문을 읽은 것 같습니다). 철저히 정제된 언어로 쓰여진 논문들을 읽고 또 직접 영어로 작문하면서 포텐셜이 쌓였고, 이것이 마치 세 살까지 옹알이만 하던 아기가 네 살에 갑자기 말문이 트이듯 3개월간의 GMAT 수험기간 동안의 급격한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700점 중반 이상의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하신다면 현실적으로 3개월보다는 더 긴 시간을 수험기간으로 잡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아낌없는 조언과 응원을 해주신 채정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